모아둔 이야기들

교보문고 북뉴스 <칼럼니스트 정석희 인터뷰>

주책마녀 닥터홍 2014. 8. 6. 17:17

 

TV
는 바보상자라고? 하지만 그렇게 나쁘게만 말할 건 아니다. 가장 최근 나를 울리고 웃기고 감동을 준 것은 무엇이었나 생각해보라. 바로 TV 속에서 만난 사람들, 그리고 이야기들일 테니 말이다. TV는 잘만 이용하면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창이 될 수 있다. 특히 누군가 포인트를 잘 짚어준다면 더욱.
 
방송 칼럼니스트(본인은 이 호칭을 너무 부담스러워하지만) 정석희 씨는 그 포인트를 참 잘 짚어준다. 막장 드라마를 보며 예절의 귀함을 얘기하고, 나이 어린 아이돌의 말에서 인생의 교훈을 찾아낸다. 그런 이야기를 참 편안하게도 풀어낸다. 연륜과 경험이 있지만 딱딱하거나 세대차가 느껴지진 않는다. 친구 같은 엄마와 TV를 보며 함께 수다 떠는 기분이랄까.
 
그 동안 썼던 TV칼럼들을 엮은 『이 말에 내 마음 움직였어』의 저자 정석희 씨를 만나 인터뷰를 빙자한 수다를 떨고 왔다. TV를 보고 수다를 떨 때 항상 그렇지만, 시간이 어찌나 빨리 흘러가던지.
 
 
요즘은 매일 아침이면 전날 방송한 TV프로그램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는데요. 선생님의 칼럼은 그런 방송 요약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딱한 비평도 아니고, TV에 대해 말하지만 아무튼 좀 다른 것 같아요.
제가 쓰는 건 주로 TV를 통해 만난 사람들얘기예요. 사람들은 무게있고 연륜있고 또 학식있는 사람들 얘기는 소중하게 생각해서 일부러 찾아가서 듣고 메모도 하고 그러잖아요. 그런데 인생의 교훈 같은 건 누구나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. 나이 어린 아이돌도 가질 수 있고 스포츠 스타도 가질 수 있고요. 그런 것들을 TV 보면서 그냥 흘려보내기 쉬운데, 한 번 짚어주고 싶은 거죠.   
 
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하셨는데, 그 사람의 어떤 면을 주로 보시나요?
TV를 보다가 , 이 사람에게 이런 좋은 점이 있는데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네!’라는 생각이 들면 글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. 내 글이 보탬이 되서 이 사람이 더 알려지고 잘 되었으면 좋겠다, 그런 생각인 거죠.
 
그러고 보면 선생님 칼럼에서는 날카로운 비판보다는 칭찬, 우리가 놓쳤던 장점 같은 것을 주로 얘기하시는 것 같아요.  
누굴 나무라거나 지적하는 글은 거의 안 쓰는데 그런데도 사람들은 칭찬보다는 지적한 글을 더 많이 기억하더라고요. 그런 글은 정말 100번에 한 두 번, 그것도 이런 건 안타까워죠정도로 살짝 하는데 말이에요.
 
요즘은 그 정도 하는 것도 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하고 있어요. 글을 쓰면 인터넷을 통해 금방 퍼지잖아요. 제가 이 사람은 이런 게 좋아하고 쓰면 사람들도 맞아 그 사람은 그런 점이 좋아’ ‘나도 그렇게 생각했어그런 에너지가 더해져서 그 사람이 잘 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. 반대로 이건 나쁜 것 같아그렇게 쓰면 나쁜 점이 개선되는 쪽으로 가기보다는 맞아, 진짜 이상한 사람이야이렇게 되니까 부정적인 에너지가 쌓이는 것 같거든요.
 
흔히 TV는 바보상자라고 해서 TV 자체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은데, 선생님은 TV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보시는 것 같아요.
이상한 드라마도 많지만 사람들이 그런 드라마 본다고 그대로 따라하진 않잖아요(웃음). 나쁘다고 무조건 가리는 게 능사는 아니더라고요. TV를 못 보게 한다고 아이들이 TV를 안 보겠어요? 컴퓨터로 다운을 받던 스마트폰으로 보던 무슨 수를 쓰던 볼 건 다 본다고요. 차라리 취사선택하는 분별력을 가르치거나 가족이 TV를 같이 보고 얘기를 하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.
 
저는 애들하고 같이 TV 많이 봐요. 내용 가지고 얘기도 많이 하고. 같이 보고 공감하고 그런 걸 통해서 얻는 것도 많거든요. 물론 하루 종일 TV를 계속 틀어놓고 있는 집은 안 좋지만 말이죠.
 
TV는 많이 보시나요?
제가 이 일을 하면서 젊은 사람들보다 나은 게 있다면 많이 보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. 그래서 거의 모든 TV프로그램을 다 봐요. TV칼럼니스트 활동 전에도 많이 보긴 했지만 전에는 제가 좋아하는 것만 봤죠. 지금은 안 좋아하는 것도 다 본다는 게 달라진 점이고요. 진짜 못 보겠는 거는 아침드라마. 그래서 공개적으로 아침드라마는 안 보고 그것과 관련해서는 글을 쓰지 않는다고 얘기하고 있어요(웃음).
 
최근에 가장 재미있게 본 프로그램은 뭐였나요?
<응답하라 1997>을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. 제가 징징 짜고 심각하고 뒤에서 음모 꾸미고 암튼 그렇게 인간사를 꼬고 또 꼬는 걸 진짜 싫어하는데, <응답하라 1997>에 나오는 사람들은 다 쿨하고 순수하고 깨끗한 거죠. 나오는 사람들 모두가 맘에 들어서 정말 많이 좋아했는데, 그러다 보니니까 그 다음에 보는 프로그램들에는 정이 잘 안 가더라고요.
 
<청담동 살아요>도 재미있었어요. <응답하라 1997>과는 다른 페이소스가 있고, 대본도 좋고 연기도 다 잘하고. 종편에서 방송해서 본 사람이 별로 없는게 참 아까워요. 그리고 <인현왕후의 남자>도 좋았고
 
 
방송칼럼니스트로 데뷔하시게 된 계기가
아유, 그런데 저는 방송칼럼니스트, TV평론가 그렇게 부르면 너무 어색해요. 제가 공부를 한 건 아니잖아요. 저는 그냥 TV를 보고 소감을 말하는 거예요. 그런데 TV평론가, 심지어는 대중문화평론가, 그렇게 부르면 어떻게 할 지는 모르겠어요(웃음). 저는 그냥 TV를 보고 소감을 말하고 수다를 떠는 거죠.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, 이 프로그램은 이런 점이 좋으니까 같이 봐요, 그런 걸 쓰는 거죠. 동네 오지랖 넓은 아줌마가 좋은 물건 하나 사면 이거 좋다고, 써보라고 동네방네 전화해서 말하잖아요. 그런 거랑 똑같은 거죠.
 
그런가요(웃음). 아무튼, 평범한 가정 주부셨는데 늦은 나이에 글을 쓰시게 된 거잖아요? 계기가 궁금했어요.
좀 부끄러운 얘긴데, 제가 애들 키울 때는 <아내의 자격> 같은데 나올법한 강남의 이상한 엄마였어요. 뭔가 제 속에 있는 것을 그런 식으로 분출했던 것 같아요. 사람이 살다보면 살짝 정신줄 놓고 살 때가 있잖아요. 그때가 그랬나봐요.
 
그러다가 조금씩 글을 쓰면서 여성지 같은 곳에도 싣고 그랬죠. 그러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게 된 건, 예전에 남궁연 씨가 진행했던 라디오프로그램이 계기가 되었죠. 아들이 가수 이승환을 좋아하는데 <남궁연의 고릴라디오>에서 라는 주제로 글을 응모해서 뽑히면 이승환 콘서트 티켓을 준다는 거예요. 아들이 자기 실력으로는 뽑히기 힘드니까 저보고 하나 써서 응모하라고 해서 응모를 했는데 그 글이 뽑힌 거죠. 그런데 또 그 글을 라디오에서 듣고 방송사 작가가 가족 관련 다큐멘터리에 글을 써 달라고 해서 쓰고, 또 그걸 보고 다른 사람이 또 다른 걸 써달라고 하고이렇게 된 거죠.
 
저는 선생님 글을 5~6년 전인가, 지금 제일 영향력 있는 엔터테인먼트 웹진인 <10아시아>의 전신인 <매거진t>를 통해서 처음 읽게 되었어요. ‘TV칼럼니스트라는 활동도 그 때부터 시작하신 건가요?
그렇죠. 그 전에는 가족이나 일상 얘기 같은 걸 주로 썼는데 그러다 <매거진t> 창간할 때 강명석 편집위원이 연락을 한 거죠. 그분이 전부터 이런 아줌마가 있다는 것을 인터넷 상에서 알고 있었대요. 제가 간혹 TV얘기도 쓰고 그랬는데, 그 분이 보기에 TV얘기만 해도 괜찮을 것 같다, 한 번 써보자, 그러더라고요.
 
그렇게 <매거진t> 창간 멤버가 되었는데, 제가 글을 쓰면 그걸 강명석 씨가 검토하고 또 그걸 당시 편집장이었던 백은하 씨가 검토하는 프로세스였죠. 그 때는 글 하나 내는데도 그런 프로세스를 거쳐서 수정을 계속 하고 또 이건 왜 이렇게 쓴거냐 전화로 한참 토론도 하고 그랬어요. 그런 식으로 글쓰기 훈련을 받은 거죠. 지금도 신기한 게, 저는 전문가도 아무것도 아니잖아요. 그 당시 <매거진t> 같이 시작했던 사람들이 정말 쟁쟁했거든요. 칼럼니스트 김태훈씨, 한겨레신문 기자분, <강심장> 박상혁 PD 이런 분들이 같이 했거든요. 그분들이 저에게 굉장한 기회를 주신거죠.
 
요즘은 네이버에도 글을 쓰고, 매주 TV(MBC 속의 TV>, 평화방송TV <가톨릭 미디어를 말하다>에 출연 중)에도 나오시는데, 가족들은 어떤 반응인가요?
저희 가족들은 다 B형인데 좋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에요. 서로에게 악플러들인거죠(웃음). 좋은 말 하는 걸 굉장히 쑥스러워 하고. 밥 먹을 때도 맛있으면 맛있다는 말 절대 안 하고 이거 짜, 이거 이상해, 이런 거나 얘기한다니까요. 그런 것에 잘 단련돼서 악플 같은 건 봐도 별로 충격이 없어요(웃음)
 
엄마가 TV에 나오는데도요?
우리 애는 오글거려서 못 보겠다고 방으로 들어가버려요(웃음). 그런 반응에 익숙하니까 누가 저 보고 칭찬을 한다거나 글이 너무 재미있다 그런 얘기를 해도 잘 믿지를 않아요(웃음). 정말 재밌나? 아닌 것 같은데. 그러는 거죠(웃음)
 
연예인 인터뷰도 많이 하시던데, 스타들을 직접 보는 기회가 많겠어요. 만났던 연예인 중에서 제일 괜찮았던 사람이 있다면?
유아인 씨? 제 아들이 유아인 씨 나이와 비슷해서 그 나이 또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잖아요. 유아인 씨는 그 또래 중에서는 굉장히 생각을 많이 하는 친구더라고요. 영화 <완득이> 때 인터뷰를 하게 되었는데, 그때 유아인 씨가 한 주에만 인터뷰가 40개 잡힐 정도였어요. 그런데 나중에 제 인터뷰 뿐만 아니라 다른 매체랑 한 인터뷰들도 죽 봤는데, 같은 질문이라도 조금씩 다른 단어를 쓰고 대답도 조금씩 다르게 하는 걸 보고는, 이 친구 일을 할 줄 아는구나 싶었죠. 흔치 않는 친구예요. 뭔가 자기 세계가 확실하니까 잘 되겠구나 싶었죠.
 
제일 여운이 많이 남은 사람은 김창완 씨. 앞으로의 드라마 출연 계획이나 음반 계획을 물어봤어요. 너무 천편일률적인 우문이었죠. 그런데 정말 현답이 돌아온 거예요. 계획이 없데요. 드라마는 감독이나 작가 그런 것 따지지 않고 들어오는 순서대로, 시간이 맞으면 그냥 한다고 해요. 나를 필요로 한다는데 내가 시간이 되면 하는 거고 아니면 못하는 거라고. 음반도 그냥 되는대로 하고. 왜냐하면 그런 계획이 앞에 꽉 짜여져 있으면 지금 이 순간, 햇살이 좋고 바람이 좋고 이렇게 좋은 얘기를 나누는데 거기에 집중할 수 없다는 거예요.
 
그건 본인의 가치관이기도 하지만 저에 대한 굉장한 존중이기도 하거든요. 인터뷰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표현인 거죠. 그 순간 마음이 훅 가는 거 있죠(웃음). 인터뷰 끝난 후에도 점심 먹고 가라고, SBS 구내식당 식권 있으니까 같이 먹자고 해서 같이 먹고. 헤어질 때도 저를 한 번 쓱 훑어보시더니 오늘 옷이 참 예쁘시네요하시더라고요. 뭔가 덕담을 해주고 싶은데 제가 젊은 처자도 아니고 그러니까(웃음). 그래도 시선 한 번 더 주고 생각을 한 번 더 해줬다는 것이 마음에 남더라고요. 사람을 존중할 줄 아시는 분인 것 같아요.
 
최근에 네이버를 통해서 인터뷰 칼럼을 연재하고 계시는데, 연예인뿐만 아니라 PD와 제작진들과도 인터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.
시청자 입장에서 너네들 왜 그렇게 하냐고 물어보고 싶은 게 많잖아요. 제작진들도 그런 지적에 대해서 사실 그게 아니라…’ 이런 할 얘기가 있을 것 같아서 듣고 싶었죠. 예능 프로그램에 제작진들이 나오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주로 촬영 당시의 웃기는 에피소드 같은 것들을 이야기하지 그 사람들의 생각을 들을 기회를 없잖아요.
 
최근에는 <정글의 법칙> 이지원PD랑 김병만 씨를 인터뷰했고, <12일 시즌2> 제작진하고도 만났어요. 그분들하고 얘기 하다 보면 TV 화면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요. 김승우 씨가 <12> 방송 내에서는 큰 역할을 못하는 것 같지만 실제 촬영 현장에서는 전체를 아우르고 멤버들을 같이 끌고 가는 힘이 있더라고요. <힐링캠프> PD도 그러더라고요. 사람들이 김제동 씨의 활약이 한혜진 씨만 못하다고 그러는데, 사실 초대손님이 왔을 때 말을 붙이고 분위기를 조성해서 말을 잘 꺼낼 수 있게 판을 깔아놓는 건 김제동 씨라고. 화면에는 안 나오지만 화면 밖에서 하는 역할이 큰 거죠. 인터뷰를 통해서 시청자들이 화면 밖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생각하게 되었다면 좋겠어요.
 
마지막으로, 『이 말에 내 마음 움직였어』를 읽을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?
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그냥 연예인으로만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이런 면이 있었구나그런 걸 알게 되었으면 좋겠어요. 아우, 그런데 이런 거 너무 민망하네요(웃음).
 
 
 
| 박수진 (교보문고 북뉴스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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